완주 산업단지에 있는 펜스 전문업체 ㈜아시아의 오인섭 대표는 지난 19일 꿀맛 같은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늦게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넋을 잃고 말았다. 공장에 불이 났다는 거다. 5년전인 지난 2016년에도 공장에서 불이나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터라 눈앞이 깜깜했다. 온갖 어려움 끝에 화재피해를 딛고 재기에 노력했던 터에 그간 일군 회사를 잿더미에 날려버리는 건 아닌지 억장이 무너졌다.
회사에 도착해보니 완제품이 쌓인 공장마당에 긴급 출동한 소방차량과 사설 경비업체 차량이 즐비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스스로 놀랐다.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라 짐작했던 공장은 멀쩡하고, 소방차량도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발화지점을 찾아가 보니 벽체 두서너 칸만 그을린 게 전부였다. 직원들의 실수로 전기배선에서 발화된 불이 벽체를 타고 오르다 불연패널에 막혀 꺼졌다는 설명이다.오 대표는 그제야 5년 전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실감했다. 주로 철제 펜스 같은 쇠붙이를 가공하는 공장에 불이 난들 뭘 태울 게 있을까 싶었는데 5년 전 불로 순식간에 공장 한 동이 잿더미로 변했다. 불이 순식간에 벽체를 타고 오르며 공장동은 물론 이웃한 공장까지 옮겨붙었다는 것이다. 밤낮으로 불 걱정에 소화전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닦달하던 오 대표는 당시 화재 현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불현듯 생각이 미친 게 있었다. “설령 불이 난다고 해도 불길이 타고 오르는 벽체와 지붕에 불연재를 시공하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었다. 이듬해 3,500평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면서 벽체와 지붕 일정 간격에 불연재를 시공했다. 이미 지은 기존 공장도 같은 방식으로 일반 패널 대신 불연패널을 바꿔 끼었다. 불연재를 시공하는데 든 추가 비용은 자신도 믿기지 않은 고작 1,500만 원, 전체 시공비의 1%도 들지 않았다.오 대표는 불연재를 시공한 뒤 이웃 공장과 새로 건축물을 짓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불연재 시공을 당부했다.“한데도 대부분 공장과 일반 상가, 주택 할 것 없이 불연재 시공을 하지 않더라고요”설마 하는 안일함과 불연재 시공이 공사비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는 거다.오 대표는 “총건축비의 1% 안팎만 투자하면 화재피해 걱정도 없고, 설령 불이 난다고 하더라도 크게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정부에 법제화도 건의했다.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데 법제화하지 않는 건 행정의 무책임”이라는 거다.“공장건물을 지어보니 상상하기도 힘든 규제와 간섭이 많습니다. 소방과 안전 관련 규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한데 불연재 시공을 강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불연재 사용을 주택과 상가, 공장건물 가릴 것 없이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오 대표의 아시아 펜스는 연 매출 400억 원에 이르며 매년 10%의 성장을 거듭하는 울타리와 각종 출입문 등 펜스제품 전문 업체로서 전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복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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